131가구 'TV끄고 살아보기' 참여…30% 실패
한현우기자 hwhan@chosun.com
TV를 껐더니 가족이 살아났다.
TV 없이 20일을 버틸 수 있을까.
EBS 특집 다큐멘터리 ‘TV가 나를 본다―20일간 TV끄고 살아보기(연출 이정욱)’에 참여한
131 가구는 놀라운 체험을 했다.
실험에 성공한 가정에선 대화가 시작되고 아이들이 달라졌다.
반면 실패한 가정들에겐 오로지 실험이 끝나기만 기다린 고통의 나날이었다.

▲ 평소 상헌이네 거실 풍경(위)과TV끄기 이후의 모습. 나란히 앉아 TV를 보던 가족들이 상에 둘러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다.
11월 22일부터 지난 11일까지 20일간 EBS 프로그램에 참여한 집은
서울·경기지역 131가구. 이 중 10 가구에 CCTV를 설치,
TV를 끄기 전과 후 가족들의 변화를 지켜봤다.
‘TV에 매달린 삶’은 아이와 어른이 따로 없었다.
성북구 삼선동에 사는 상헌이(초2)는 일어나자마자 TV를 보기 시작,
TV 앞에서 밥먹고 숙제하고 그림도 그렸다.
경기 남양주 회사원 정희석(31)씨는 퇴근 후 아이(3)가 놀아달라 하면 TV를 보여줬다.
‘케이블 폐인(廢人)’이란 인터넷사이트를 운영하는 대학생 박경화양은
김밥 사러 편의점에 다녀올 뿐 종일 TV 앞에서 울고 웃었다.
11월 22일, TV 끄기가 시작되자 우선 아이들이 난리였다.
새벽에 일어나 “TV를 켜달라”고 엉엉 우는 아이도 있었다.
남편들은 인터넷 게임에 매달리고 아내들은 이웃에게 연속극 내용을 물었다.
TV없는 일상은 그러나 아이들이 먼저 적응해갔다.
삼선동 상헌이는 자기 방을 치우고 책상에 앉아 숙제를 하기 시작했다.
9일 째 되던 날엔 엄마에게 “낳아주셔서 감사하다”고 하는가 하면,
고기를 굽던 식탁에서 “왜 소는 죽어야 하느냐.
죽으면 어떻게 되느냐”는 말을 해 가족을 놀래켰다.
어른들도 차츰 안정을 찾았다.
남양주 정씨는 아예 TV를 안방으로 옮기고
거실에서 나무를 깎아 티테이블을 만들었다.
경화양은 빨래를 하고 외부 모임에 나갔다.
TV를 끄고 나서 가장 큰 발견은 하루가 무척 길다는 점이었다.
‘해진이 엄마’는 “작은 아이와 장난치며 여유롭게 목욕했다.
저녁시간이 이렇게 넉넉한 줄 몰랐다”고 했고
이정미씨는 “저녁에 손님이 와서 가족 앨범을 재미있게 봤다”고 했다.
참가자들은 TV 시청 대신 독서와 대화, 음악감상,
집안일 등을 가장 많이 했다고 꼽았고,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게 됐다고 말했다.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TV를 켠 가정은 30% 가량 됐다.
남양주 나 모씨는 새벽에 몰래 TV를 켰고 옆집으로 보러 가기도 했다.
연출을 맡은 이 PD는 “대부분의 가정이
그 동안 TV의 통제를 받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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